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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칼럼

받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

어린 시절에 채워지지 않은 자리는 기억이 아니라 어른의 습관으로 남는다.

정혜영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
2026년 7월 27일 게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말은 흔히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채워지지 않은 자리는 선명한 기억보다 관계의 습관이라는 형태로 남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불행한 사건을 떠올리지 못하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그 흔적이 조용히 드러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난하고 성실한 사람인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칭찬을 들으면 기뻐하기보다 "아니에요"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누군가 잘해주면 고마움보다 '왜 이러지'라는 경계가 앞선다. 남의 부탁은 좀처럼 거절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부탁은 미안해서 꺼내지 못하고, 갈등이 생기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사과한다. 관계가 깨지는 일이 무엇보다 두렵기 때문이다.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은 따로 있다. 관계가 깊어지려는 순간에 나오는 반응이다. 누군가 진심으로 가까이 다가올 때, 좋으면서도 '이 사람도 곧 실망하고 떠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며 마음의 문을 먼저 닫아버리는 태도다. 이것은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다. 호의를 받아 본 경험이 적으면 호의를 받는 일 자체가 어색해지고, 믿어도 괜찮다는 감각은 배워본 적이 없으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기대를 접어두는 쪽이 안전하게 느껴진다. 실망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바라지 않으면 된다는 계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먼저 문을 닫는 것은 차가워서가 아니라, 실망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다.

이런 방식은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오래 반복되며 굳어진 생존의 요령에 가깝다. 굳어진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배울 수 있다. 다만 이 태도가 일상과 관계를 거듭 힘들게 하고 우울감이나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상담을 통해 이야기해 보길 권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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