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조용히 방향을 잃는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편할 때가 있다. 약속을 잡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고 하루를 온전히 혼자 보내는 날이 나쁠 이유는 없다. 다만 그런 날이 며칠씩 이어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빠르게 주변의 영향을 받고, 대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들이 들어선다.
가장 먼저 흐려지는 것은 시간 감각이다. 오늘이 며칠인지 헷갈리고 낮과 밤의 경계가 뭉개진다. 그다음에는 생각이 안쪽으로만 돈다. 밖으로 꺼내 놓았다면 한마디에 정리되었을 걱정이, 말해질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 몸집을 키운다. 대화는 정보를 주고받는 일만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현실에 비추어 보는 일이기도 하다. 비출 곳이 없으면 생각은 검증되지 않은 채 굳는다. 사소한 후회 하나가 며칠에 걸쳐 자책으로 자라는 것도 대개 이 시기다.
조심해야 할 지점은 여기다. 고립이 길어지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번거롭게 느껴지고 연락을 미루는 쪽이 자연스러워진다. 마음이 힘들어서 혼자가 되는 것인지, 혼자인 시간이 길어져서 마음이 가라앉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도 온다. 되돌리는 방법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하루에 한 번은 누군가와 소리 내어 말을 주고받는 것, 짧은 통화나 가벼운 인사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단한 내용일 필요는 없다. 말이 오가는 동안에는 안쪽으로만 돌던 생각이 잠시라도 바깥을 향하기 때문이다.
다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오래 이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렵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 상담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가라앉은 기분이 고립을 부르고 고립이 다시 기분을 끌어내리는 흐름은 혼자 끊어 내기 어려울 수 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이 들 때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