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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칼럼

'예민한 성격'으로 넘겨온 것들

이 정도쯤이야, 하고 지나쳐 온 신호 가운데 확인이 필요한 것들.

정혜영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
2026년 8월 3일 게시

'원래 예민한 편'이라는 설명은 편리하다. 잠을 설쳐도, 사람을 만나고 나서 며칠을 앓아도, 사소한 말에 하루가 흔들려도 그 한마디로 정리가 된다. 스스로를 설명하는 익숙한 언어이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대개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 한참 지나서야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늦게 온 것을 두고 게을렀다고 말할 일은 아니다. 성격이라는 설명이 워낙 그럴듯해서, 스스로도 의심할 계기를 좀처럼 만나지 못한 것에 가깝다.

성격의 문제로 넘기기 전에 살펴볼 만한 지점들이 있다. 사람을 만나고 오면 회복에 며칠이 걸린다거나, 별일이 아닌데 심장이 먼저 뛰고 몸이 마음보다 앞서 반응한다거나, 잠은 자는데 개운했던 기억이 없다거나 하는 상태다. 특히 늘 좋아하던 일이 하나도 즐겁지 않은 상태가 한동안 이어진다면, 그것은 기질보다는 지금의 컨디션에 대한 신호에 가깝다. 예민한 사람도 좋아하는 일 앞에서는 대개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성격은 오래된 것이고, 신호는 어느 시점부터 달라진 것이다. 구분의 기준은 '언제부터'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무겁고 막막하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잠을 잤는데도 아침부터 이미 지쳐 있는 상태는 예민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신호들이 하나둘 겹치고 쉬어도 나아지지 않은 채 이어진다면, 참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섰다는 뜻일 수 있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단계까지 왔다면, 이미 오래 버텨 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두근거림이나 가슴 답답함 같은 몸의 증상은 신체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의학적 확인이 먼저 필요하다. 혼자 '이 정도쯤이야' 하고 넘기지 않아도 된다. 상담은 병을 확정하러 가는 자리가 아니라 지금 상태가 어디쯤인지 함께 정리하는 자리에 가깝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이 들 때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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