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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칼럼

혼자가 되면 내가 흐릿해지는 사람

어른에게도 남아 있는 분리불안, 그 조용한 형태에 대하여.

정혜영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
2026년 8월 6일 게시

분리불안은 어린아이의 것으로만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비슷한 결의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붙잡지 않으면 사람은 떠난다'는 감각이 오래전부터 몸에 배어 있는 경우다. 그 감각은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생활 습관과 관계의 방식이라는 모양으로 남는다.

겉으로는 사교적이고 관계가 넓어 보이기도 한다. 다만 혼자 밥을 먹거나 극장에 가는 일이 유독 어렵고, 혼자 있으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연락이 잠깐만 끊겨도 초조해지는데, 상대의 침묵을 '나에게 화가 났나'로 읽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약속 없는 주말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불안한 시간이 된다. 관계가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쁜 관계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관계가 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면, 그 관계는 쉬는 자리가 되지 못한다.

핵심은 외로움이 아니라 다른 감각에 있다. 혼자가 되었을 때 쓸쓸한 정도가 아니라 내가 흐릿하게 사라지는 것 같다면, 관계를 통해 '내가 존재한다'를 계속 확인해 온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아무리 곁에 두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 이런 패턴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반복되며 굳어진 방식에 가깝다. 한때는 그 방식이 가장 안전했기 때문에, 지금도 같은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견디기 어렵고 그로 인해 관계나 일상이 자꾸 흔들린다면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길 권한다. 오래된 방식일수록 혼자 알아차리기 어렵고, 이름을 붙여 보는 것만으로도 다뤄 볼 여지가 생긴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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