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럴까 봐'가 시작되는 순간,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든다.
공황을 한 번 겪은 사람들이 자주 꺼내는 말은 증상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또 그러면 어떡하죠"라는 말이다. 몸이 위험 신호를 잘못 울린 그 경험보다, 그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예감이 이후의 생활을 더 크게 바꿔 놓는 경우가 많다. 이 예감을 예기불안이라고 부른다. 발작은 지나가지만 예기불안은 그 일이 끝난 뒤에도 곁에 남는다.
당시의 몸 반응은 대체로 강렬하게 기억된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처럼 갇힌 공간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듯 뛰며 손발이 저릿하다. '이러다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가 함께 온다. 이런 증상은 심장이나 갑상선 같은 몸의 원인으로도 나타나므로 의학적 확인이 먼저다. 놀라서 응급실을 찾았는데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아 더 당황하기도 한다. 몸 자체보다 위험을 알리는 경보 체계가 과하게 작동한 상황에 가깝기 때문이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원인을 다른 쪽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맞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일이 있었던 장소를 피하고, 비슷한 상황을 미리 접고, 혼자 멀리 가는 일을 그만둔다. 피하면 당장은 편해진다. 다만 피해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경험이 쌓일수록, 그곳이 위험했다는 짐작만 더 굳어진다. 그래서 피할수록 위험 목록이 늘고,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줄어든다. 정작 삶을 좁히는 것은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이 과정이다. 회피는 불안을 없애는 방법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안이 자리를 넓히도록 돕는 쪽에 가깝다.
지하철을 다시 타지 못하게 되었거나 특정 장소를 피하기 시작했다면, 그 범위가 더 넓어지기 전에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길 권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