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하나 고르는 데도 한참 걸리는 사람의 마음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
점심 메뉴 하나를 정하는 데도 한참이 걸리는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는 흔히 우유부단하다고 말하지만, 안쪽의 사정은 조금 다른 경우가 있다.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결정 뒤에 따라올 후회를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을 고르느냐보다 '잘못 골랐다'는 감각이 두려워 판단 자체를 계속 미루게 된다. 그래서 결정의 크기와 고민의 크기가 잘 맞지 않는다. 남들이 몇 초 만에 넘기는 문제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정작 정하고 나서도 오래 개운하지 않다.
그래서 남이 대신 정해 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책임이 넘어가면 후회도 내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를 고르고 나면 고르지 못한 나머지가 계속 아깝고, 선택이 무언가를 얻는 일이 아니라 나머지를 전부 버리는 손해처럼 느껴진다. "아무거나"라고 말해 두고는 막상 나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뒤늦게 후회하기도 한다. 큰 결정일수록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데, 자기가 원하는 바를 오래 미뤄 두다 보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흐려진다.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은 자책이다. 잘못 고른 자신을 탓하게 될까 봐, 아예 정하지 않는 쪽으로 물러서는 것이다. 그런데 미루는 방식은 후회를 없애 주지 않는다. 고르지 않아서 놓친 것에 대한 후회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하지 못한 문제는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얹혀 있다. 결정 하나를 미루는 동안 하루치의 힘이 조용히 새어 나가는 셈이다.
이런 태도가 오래 이어지면 내 삶을 스스로 이끌고 있다는 감각이 옅어지고, 사소한 일 앞에서도 긴장과 피로가 쌓인다. 결정을 앞둘 때마다 불안이 커지고 미루는 일이 반복되어 일상과 관계에 지장이 생긴다면, 상담을 통해 그 배경을 확인해 보길 권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