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지 않은 진동을 느끼는 순간, 마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휴대전화 없이 지내기 어려운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다만 '노모포비아'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은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기기가 손에 없을 때 올라오는 불안이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휴대전화가 불안을 달래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안을 계속 만들어 내는 쪽에 가깝다. 잠깐의 안심을 얻는 대신, 다시 확인해야 할 이유를 하나씩 늘려 가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알림이 울리지 않아도 습관처럼 화면을 켠다. 열어 보면 안심이 될 것 같지만, 화면을 켜는 순간 다음 걱정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집에 두고 나온 날은 하루 종일 붕 뜬 기분이 이어지고, 잠깐 걷거나 자리를 비우는 짧은 시간조차 비워 두지 못해 화면으로 메운다. 빈 시간을 견디는 힘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다. 잠들기 직전과 눈을 뜬 직후처럼 하루의 앞뒤가 모두 화면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진동이 울리지 않았는데 울린 것 같아 주머니를 확인하는 일도 흔하다. 하루 종일 신호를 기다리는 상태가 이어지면, 사소한 감각도 신호로 잘못 읽히기 쉬워진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감각은 예민해지고, 예민해진 감각은 다시 확인하는 습관을 부른다. 그래서 손이 바빠질수록 마음이 조용해지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든다.
물론 화면을 자주 본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휴대전화가 손에 없을 때 초조함이 뚜렷하게 올라오고, 잠들기 어렵거나 일과 대화에 집중하기 힘든 상태가 이어진다면 그 배경에 다른 불안이 놓여 있을 수 있다. 생활에 지장이 느껴진다면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길 권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