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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칼럼

아직 오지 않은 최악을 미리 앓는 마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인데 하루가 이미 지쳐 있다면.

정혜영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
2026년 8월 6일 게시

걱정이 많은 것과 최악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결이 다르다. 걱정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헤아려 준비로 이어지지만, 파국을 향한 상상은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일어나지도 않은 결말에 먼저 도착한다. 이것이 곧 결함은 아니다. 위험을 미리 감지해 두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반응이기도 하다. 크게 놀란 경험이 있으면 그 감지기가 더 예민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 방어가 지나치게 자주 작동할 때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사고 장면부터 떠오르고, 몸이 조금 이상하면 큰 병일까 봐 검색을 파고든다. 검색은 안심을 주지 않고 더 무서운 정보만 눈에 남긴다. 상사가 잠깐 이야기하자고 하면 자리를 잃는 상상부터 하게 되고, 좋은 일이 생겨도 곧 나쁜 일이 따라올 것 같아 마음을 놓지 못한다. 미리 나쁜 일을 그려 두면 실제로 닥쳤을 때 덜 아플 것 같지만, 그 예방주사는 기대만큼 효과가 없다.

상상한 최악이 실제처럼 느껴져 몸이 먼저 반응하기도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심장이 뛰고 손에 힘이 들어가며 잠을 설친다. 머릿속에서 그린 장면만으로도 몸이 반응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래서 실제로 겪은 일이 없는 날에도 하루치의 피로가 고스란히 남는다.

대비는 내일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파국을 그리는 일은 오늘을 먼저 쓴다.

이런 상상이 하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잠과 소화, 집중력까지 흔들린다면 불안이 이미 생활의 크기를 넘어선 상태일 수 있다. 다만 두근거림이나 소화 불편 같은 몸의 증상은 신체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의학적 확인이 먼저 필요하다. 스스로 멈추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길 권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대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세혜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역 인근에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한다. 문의는 전화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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